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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68년의 세월을 정당화하거나 변명할 수 있는 정치세력은 없다_김성식 의원

2018.04.27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오늘 아침, 나는 85세의 어머니와 아침을 같이 하며 청와대를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TV로 보았다.

어머니는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으려다가 멈추시고는 "이런거 보면 가슴이 먹먹해져"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80년대 초 KBS에서 이산가족찾기를 할 때는 매일 우셨다.

어머니의 고향은 평안남도 진남포(지금의 남포) 지산리. 일제강점기에는 용정소학교였다가 해방 후에는 지산소학교로 바뀌었는데 집이 그 학교에서 멀지 않았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신다. 먹고살기 위해 부산항 부두에서 석유 드럼통을 밀고 미군 PX 물건들을 기찻길 옆에서 팔아야했던 피난시절 이야기를 어머니가 하실 때는 나는 몇 번이고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곤 했다.

오늘 아침에 어머니는 사뭇 정색하며 말씀하셨다. "이제는 고향가도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야. 전쟁의 난리통을 잠시 피하자고 피난왔는데 70년 가까이 이럴 줄은 몰랐지. 휴전이 너무 길었어. 지금 너무 늦었어."
2005년 9.19 비핵화 합의는 하루만에 깨져버렸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도발 이래 불과 최근 몇 달전까지 위협과 긴장이 얼마나 고조되었던가. 극단에 이르러서야 극적인 전환은 가능한 것인가.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도 있음을 보여준 핵과 미사일 실험의 끝자락에서, 북한은 망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그 무기는 실제로는 쓸 수 없는 것임을, 그리고 실전형 실험으로 더 나간다면 협상판 자체가 존재할 수 없음을 계산했을 것이다. 한편 나쁜 행동에 보상하지 않겠다면서 10년 넘게 유지해왔던 미국의 이른바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은 오히려 북한에게 핵 개발의 시간을 벌어주었을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북한 정권의 '레짐 체인지'도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주도했다. 북한의 도가 넘은 핵 도발에 대한 국제적 비난도 고조되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대 아시아 전진에 북한 핵이 구실이 되고 있음을 직시했던 중국도 대북 제재의 강도를 한껏 높이는데 동참했다. 대북 제재는 효과가 있었고 또 효과가 있을 때만 국면 전환의 시도가 가능하다.

이 살얼음판 속에서 평창 올림픽을 매개로 극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것 자체로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은 크게 평가받을만하다. 북한의 핵 노선에 대한 전략적 입장에 과연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가, 핵 시설 검증을 비롯한 디테일에서 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미국은 과연 북한과 어떤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인가...냉정하게 짚어가야할 일은 산적해있지만, 나는 오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응원하고 싶다.

어머니에게 더 이상 실망을 드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휴전 68년의 세월을 정당화하거나 변명할 수 있는 정치세력은 없다.

정말 너무 늦었다.

지금 TV에 두 정상이 파란색 다리에서 격의없이 앉아서 대화하는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다.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2018.04.27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도중에 김성식 의원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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